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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이 단순한 청춘 드라마를 넘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주인공 다섯 친구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들을 묵묵히 지켜본 부모들의 존재가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덕선, 정환, 택, 선우, 동룡의 부모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녀를 사랑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울컥하는 삶을 살아냅니다. 그들의 일상과 감정은 자녀들의 성장 배경이자, 우리 모두의 기억 속 부모의 모습과 닮아 있기에 더 깊은 공감을 줍니다.
이제는 자녀들을 통해 비춰졌던 부모 세대의 삶과 마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1. 덕선 부모


동일역의 성동일
가부장적인 듯하지만, 속정 깊은 아버지로 그려집니다. 80년대 가장 보편적인 아버지 상으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힘든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큰딸보다 막내와 장남을 더 챙기는 듯한 모습으로 둘째 덕선이 서운해하기도 합니다. 동네 사람들과도 가까운 친근한 아빠이자 아저씨 스타일입니다. 자식들에게는 한없이 허술하고 따뜻한 존재로 남으며, ‘말보다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일화역의 이일화
전형적인 한국 엄마 스타일. 남편의 빚보증으로 가난하게 살지만, 자식과 가족을 위해 헌신합니다. 덕선에게 둘째의 서러움을 들려주며 부모의 현실적인 고민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늘 바쁘게 움직이지만, 그 안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가 숨어 있습니다. 가난 속에서도 자식에게 굴욕을 보이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강인함이 묻어납니다.
2. 정환 부모


성균역의 김성균
쌍문동 골목의 개그 본능 담당. 아내 미란의 잔소리를 사랑으로 여기며, 배우지는 못했지만 가족을 향한 속정이 깊습니다. 유쾌한 가장이자 드라마의 따뜻한 중심 축입니다. 경제적으로는 부족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은 자녀에게 삶의 긍정적인 자세를 알려주는 또 다른 방식의 교육이었습니다.
미란역의 라미란
털털하고 통쾌한 성격. 가난한 시절을 지나 복권 당첨 후에도 인심 좋고 씩씩한 엄마입니다. 이웃들과 잘 어울리며, 지혜롭고 현실적인 아줌마의 상징입니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인생 선배처럼 조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이웃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3. 택이 아빠

무성역의 최무성
말수 적고 감정 표현이 서툰 과묵한 아버지. 아내 없이 아들 택이를 키우며, 평범한 아이처럼 자라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습니다. 겉보기에는 무뚝뚝하지만, 택이를 위한 조용한 배려와 노력은 큰 울림을 줍니다. 후반부 선영과의 사랑은 그의 성격과는 달리 많은 시청자들의 응원과 사랑 속에 결실을 맺게 됩니다.
4. 선우 엄마

선영역의 김선영
남편 없이 두 남매를 키우는 강인한 어머니. 자녀들에게 남편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늘 따뜻하게 품어줍니다. 택이 아빠와의 인연은 외로운 삶 속에서 다시 피어난 행복이었습니다. 착하고 여린, 그러면서 다정한 그녀의 모습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수많은 부모들에게 깊은 위로를 안겼습니다.
5. 동룡 부모


재명역의 류재명
학생 주임으로 원칙주의 자이지만, 실제로는 아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아버지. 겉으로는 엄격하지만, 아들을 향한 은근한 애정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습니다. 웃음을 주면서도 ‘부모란 어떤 존재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상징적 인물입니다.
수향역의 유지수
대한 생명 조 부장. 아이들의 이름으로 불리기 싫다며 독립적인 캐릭터를 유지하지만, 결국 아들의 사고 이후 모성애를 드러냅니다. 여성의 이름과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늘 노력하는 아줌마로 묘사됩니다. 당시 여성상과 대비되는 자유로운 태도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인물로 다가왔습니다.
결론
“응답하라 1988”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부모-자식 관계를 넘어, 부모들의 인생과 사랑이 따뜻하게 조명되었기 때문입니다. 무뚝뚝한 아버지, 헌신적인 어머니, 현실적인 부모들까지. 한국 가정의 다양한 모습이 세심하게 담겨 있습니다. 또한 쌍문동 이웃들과의 정을 통해 공동체의 따뜻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겐 부모와 함께 앉아 보던 저녁 드라마였고, 또 누군가에겐 자식에게 말하지 못했던 후회의 기억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그 시절의 가족을 떠올리고, 지금의 내 가족을 돌아보게 됩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그저 과거 회상이 아닌, 현재를 비추는 따뜻한 거울과 같은 존재입니다. 다시 꺼내 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유는, 그 안에 삶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