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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제3화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부모 세대의 무력감, 첫사랑의 시작, 그리고 따뜻한 이웃 간의 정을 섬세하게 녹여낸 명장면의 향연입니다. 물질적 빈부가 감정을 나누는 벽이 되던 시절, 오히려 그 틈으로 스며드는 마음을 담은 에피소드입니다.

    응답하라 1988, 제3화 유전무죄 무전유죄(줄거리,명대사,삽입곡)
    Image is captured from TvN

    1. 줄거리 – 마음의 부유함이란 무엇일까

    이번 화의 타이틀인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단순한 패러디가 아닙니다. 있는 사람은 아무 잘못 없어 보이고, 없는 사람은 늘 죄스러운 듯 움츠려야 했던 시대의 풍경을 은유합니다. 반지하방 일화네는 크림 한 통을 끝까지 짜내 바르는 현실 속에서도, 사랑만은 넘칩니다. 하지만 정작 남편 동일은 남을 돕는 일에 더 마음을 씁니다. 덕선의 수학여행을 앞두고도 돈 한 푼 준비하지 못한 일화는 남편의 손에 들려 온 보따리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덕선은 브라질 떡볶이 집에서 친구들과 장기자랑 안무를 연습하던 중, 선우를 마주칩니다. 친구들의 말 한마디, “선우가 널 좋아하는 것 같아”에 마음이 들썩입니다. 선우의 관심에 얼굴이 붉어지고, 집에 돌아와 화장을 해보는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평소에 입지 않던 치마를 입고 어설프게 바른 립스틱. 첫사랑은 그렇게 말없이 시작됩니다.

     

    일화는 덕선의 수학여행 비용을 마련하려 미란을 찾아가지만, 결국 말도 꺼내지 못하고 돌아섭니다. 미란은 아무 말 없이 삶은 옥수수를 내밀며, 바구니에 덕선을 위한 용돈을 함께 넣어둡니다. 이 장면은 말보다 따뜻한 행동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이는지 보여줍니다.

    수학여행 당일, 덕선은 가족의 기대를 안고 떠나지만 카메라를 기차에 두고 내립니다. 실망스러움에 울먹이며 전화를 걸지만, 엄마는 “괜찮다”며 웃어 넘깁니다. 아이를 안심시키려는 엄마의 마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미안함이 교차하며 덕선은 더 깊은 감정을 겪습니다.

     

    동시에 동일은 노을이 “반지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장면을 목격하며 큰 충격을 받습니다. 한때는 아들의 자존심이었던 그 집이, 이제는 놀림의 대상이 된 현실. 부모로서 무너지는 그 순간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장기자랑 무대에서는 덕선이 직접 무대에 서진 못했지만, 골목 친구들의 도움으로 팀은 1등을 차지합니다. 선우, 정환, 동룡은 덕선을 위해 무대를 꾸미고, 관객은 열광합니다. 덕선은 비로소 자신을 위해 움직여주는 이웃과 친구들의 존재를 확인하게 됩니다. 그 순간, 마이마이는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닌 ‘마음의 증표’가 됩니다.

    그리고 골목길, 학주를 피해 숨은 좁은 공간에서 정환은 덕선을 바라봅니다. 단 한 번도 덕선이 예뻐보인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정환이지만, 그날 밤 그는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처음으로, 덕선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덕선 친구 미옥수학여행 가는 차 안에서 춤 연습 중인 덕선정환 선우 동룡의 소방차 공연 장면
    Image is captured from TvN

     

    2. 다시 꺼내보고 싶은 내레이션

    덕선의 내레이션: “1988년 여름, 성덕선 인생 최초의 사랑, 첫사랑이 시작되었다.”

     

    첫사랑은 늘 모호합니다. 좋아한다는 말도 없었고, 확신도 없지만 괜히 얼굴이 붉어지고 마음이 먼저 반응합니다. 덕선은 어설픈 화장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우리는 그 모습에서 오래전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시청자 모두의 가슴에 있는 “그때의 설렘”을 건드리는 덕선의 이 한마디는, 이 드라마가 단순한 향수가 아닌, 감정의 거울임을 보여줍니다.

     

    3. 삽입곡 – 음악으로 말한 청춘의 마음

    • 소방차 – '어젯밤의 이야기': 장기자랑 안무 연습 중 브라질 떡볶이 집 장면에서, 경쾌한 리듬이 10대들의 들뜬 감정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 이선희 –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 선우에 대한 마음을 깨닫기 시작한 덕선의 얼굴에 울리는 작은 떨림과 맞물려 흐릅니다.
    • 박남정 – '사랑의 불시착': 덕선이 동룡의 안무를 따라 추며 수줍은 웃음을 짓는 장면,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중심입니다.
    • 어떤 날 – '출발': 여행을 준비하며 언니 보라에게 잔소리를 듣는 덕선의 일상,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작은 설렘을 포착합니다.
    • 오석준, 장필순, 박정운 – '내일이 찾아오면': 아이들의 수학여행 출발 장면, 이들의 미래와 희망을 말없이 암시합니다.
    • George Benson –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기차 안에서 여고생들의 합창 장면, 첫사랑의 감정을 세계적인 팝송의 선율로 덧칠합니다.
    • 김완선 – '리듬 속의 그 춤을': 최진아와의 댄스배틀 장면. 덕선의 도전과 질투, 열정을 한껏 담은 순간입니다.
    • 송골매 – '어쩌다 마주친 그대': 수학여행지에서의 그룹사운드 연주와 함께, 덕선과 친구들의 추억을 포착합니다.
    • 오석준 –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 정환과 덕선이 함께 숨는 장면. 두 사람 사이에 처음으로 흐르는 정적의 온도를 보여줍니다.
    • 전인권 – '걱정 말아요 그대': 동일과 성균이 각자의 공간에서 소주를 마시며 묵묵히 현실을 버티는 장면에 울림을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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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에필로그 – ‘없는 것’보다 ‘없는 마음’이 더 슬펐던 시절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 제목은 극 중 인물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닙니다. 덕선의 가족, 정환의 가족, 선우의 가족은 각자 부족한 것이 있지만, 넘치도록 나누고 베푸는 마음으로 서로를 지탱합니다. 현실에서는 가진 것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세상 같지만, 쌍문동 골목은 그 법칙을 거부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되묻습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나누고 있냐고. 어쩌면 가장 없어서는 안 되는 건, 돈보다 정(情)일지 모릅니다. 덕선과 친구들이 보여준 웃음, 울음, 어설픈 사랑은 여전히 우리 마음 속에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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